[오순령의 수리수리]1. <아몬드> 넌 착해. 평범해. 근데 특별해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감정 없는 냉혈한은 더 건강할까?

오순령 승인 2024.02.09 22:26 | 최종 수정 2024.03.12 23:53 의견 0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감정 없는 냉혈한은 더 건강할까?

손원평 저자 / 창작과비평사 출판 / 2017년 발행

'알렉시티미아' [Alexithymia] '감정 표현 불능증'

'알렉시티미아'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말한다. '아몬드'의 선윤재가 앓고 있는 병이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윤재의 경우엔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발생한 경우이다. 편도체가 작은 경우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공포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불안감이나 공포 등은 후천적인 훈련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머릿속에 있는 '편도체'는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편도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있는 편도체. 생긴것이 딱 아몬드 같다고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빨간 불이 들어오는데, 자극의 성질에 따라 공포를 자각하거나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게 편도체의 역할이다. '윤재'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이 났다.

[아기들보다 조금 무뚝뚝한 것 뿐,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 뜨거운 물이 든 빨간 주전자, 화상 자국 훈장 그런데 여전히 빨간 주전자를 보면 손을 댄다.]

-22~23쪽-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데다 뇌 번역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할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공포심을 잘 못 느낌. 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다. 두려움이란 생명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28쪽-

[자극이 와도 빨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윤재에게는 슬픔도, 기쁨도, 두려움도, 사랑도 모두 희미하다. 그에게 감정이라는 단어와 공감이라는 말은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그런 윤재를 엄마는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튀지 않게끔 스스로 교육을 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차가 가까이 온다 --- 몸을 피하거나, 가까워지면 뛴다.

상대방이 웃는다 --- 똑같이 미소를 짓는다

"튀지 말아야 돼. 그건만 해도 본전이다." 희, 노, 애, 락, 애, 오, 욕 화내야 할 때 침묵하면 참을성이 많은 거고, 웃어야 할 때 침묵하면 진중한거고, 울어야 할 때 침묵하면 강한 거다. 침묵은 과연 금이다. 대신 '고마워', '미안해'는 습관처럼...너무 솔직하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

-33~34쪽-

[이렇게 하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 쯤, 그를 돌봐 준 그의 할머니가 윤재가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괴한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엄마는 그 불행의 순간 다행히 식물인간으로 윤재 옆에서 살아가게 된다. 하필, 바로의 윤재의 생일날,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외출을 한 행복한 날에 말이다.

[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누가 이 남자를 살인자로 만들었나.' '웃으면 죽어야 하는 날. 대한민국']

-57쪽-

[엄마와 할멈은 뭐가 그렇게 우스워서 깔깔댔던 걸까 만약 그일이 없었다면 우린 냉면집을 나와 어디로 향했을까.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내 안에는 감정 대신 질문들이 떠 다녔다.]

-58쪽-

[장례를 다 치르고 반에 돌아간 그에게 같은 반 학생이 묻는다. "야, 엄마가 눈 앞에서 죽었을 때 기분이 어땠냐?" 한대 패 줄한도 한 대사에도 "엄만 안 죽었어. 죽은 건 할머니아."라고 받아칠만큼... 그의 아몬드는 강력했다. 그리고 어떻냐는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해 버린다.

할머니와 엄마가 운영했던 중고 서점 윗층에 사는 심박사의 돌봐 줌. 그리고 어느 날 찾아 온 윤박사의 어려운 부탁은 바로 곧 죽을 아내를 위해 어렸을 적 잃어버린 아들인 척 해달라는 것. 딱히 해가 되지 않는다면 도와주는 편이 좋다라는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윤박사의 부탁을 들어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아들을 만나고 생을 마감하는 윤박사 부인 그렇게 윤박사와의 인연이 끝나는지 알았건만, 이것이 시작이 된다.

윤재 반에 전학 온 '곤이'라는 학생. 곤이라는 학생이 바로 그 윤박사 부부의 진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윤박사는 이미 아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고아원을 전전하다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불량한 아들이 된 곤이를 아내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었기에 곤이를 닮은 윤재에게 부탁을 한 거 였다. 그 사실을 안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게 되고... 그렇게 악연이 될 줄 알았던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되고 만다. 그리고 윤재를 이해해 준 또 다른 친구 도라... 도라는 곤이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아이였다.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주려 했다면 도라는 내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었다.

넌, 착해. 그리고 평범해. 근데 특별해.

그게 내가 널 이해하는 방식이야.

수학 여행을 가는 날. 윤재는 엄마를 돌봐 드려야 해서 못 간 날이었다. 그날 밤 학급 회비가 사라졌는데, 곤이가 누명을 쓰게 되고 상처받은 곤이는 모두가 원하는 대로 삐뚤어지겠다며 다짐하고 집을 나가게 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여도 죄책감이든 혼돈이든 아무것도 못 느낄테니까.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타고나?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말이다. 강한 거, 센거, 상처받고 아파하는 거 말고 차라리 내가 상처 주는 쪽을 택하는 거. 철사 형처럼]

-137쪽-

[살인도 일 삼는 소년원 동기 철사형에게 찾아간 그에게 위험을 무릎쓰고 "친구니까" 라는 말과 함께 곤이를 구하러 간 윤재. 거기서 소년원 형 철사에게 윤재 대신 칼에 맞게 되는데... 그 순간 '울컥'하는 느낌을 처음 느끼게 되면서...그는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라의 도움으로 경찰이 오게되고 윤재는 병원으로...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218쪽-

[칼을 맞고 깨어난 윤재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문이 열리고, 눈만 깜빡거리던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 그 앞에 나타나 있다. 그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엄마는 내내 울었지만, 그는 아직 울지는 않는다.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느껴져. 나는 무언가를 느꼈을뿐이다. 멋진 경험.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221쪽-

['아직 그 정도로 감정이 발달되진 않은 건지,

아니면 엄마를 보고 울기엔 이미 머리가 너무 커 버린 건지."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내말은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224쪽-

손원평 작가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모습을 보며 사랑스런 자신의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해도?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서 윤재와 곤이라는 주인공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손원평 작가

'아몬드'는 참으로 많은 생각거리가 담겨 있다. 나와 다를 수도 있는 윤재와 곤이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들 모습과 비슷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들이 여기 저기 녹아들어 있다. '아몬드'를 읽고 차근차근 글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알맹이들을 정리한다면 윤재와 곤이 그리고 도라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배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아몬드>독후감 글쓰기 TIP!

아래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나만의 생각과 함께 독후감을 써보세요!

1. 편도체가 작은 윤재처럼 만약 고통과 공포를 모른다면, 감정 없는 냉혈한은 더 건강할까? 윤재와 곤이는 진짜 괴물인가?

2.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아몬드, 나의 공감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3. [감정 표현 불능증] 과연 윤재의 뇌는 호전되고 있는 것일까? (책 속에 담겨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

4. 윤재 엄마가 간절히 원했었던 평범한 생활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떤 생활을 원하는 걸까? 내가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아몬드'는 알렉시티마아라는 병을 앓고 있지 않은 우리들이 진정 고통과 공포감을 포함한 모든 감정을 제대로 유지하며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과연 지금 우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상큼하다, 짜릿하다, 평온하다, 흡족하다' 또는 '먹먹하다, 아련하다, 침통하다, 당혹스럽다' 등 감정표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감정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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