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흙] 한 권의 책을 만나는 아홉 가지쯤의 방법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앞에도 뒤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원동업 승인 2024.02.12 12:06 의견 0

괴산 숲속작은책방 백창화 님의 강연

2017년 나는 충북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님의 강연을 들었다. 그 분의 이야기는 책과 책방과 그리고 그 둘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그리고 그 이전에 일어나야할 더 많은 일들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 분들은 시골 괴산에서 자신의 집을 잘 꾸미고, 그 다음에 만약 책의 공간을 만든다면 어떤 공간이 될지를 또 차근차근 살펴본 다음에 이 공간을 열었다. 그 이야기들의 전반에 대해서는 위 이야기에 밝혀져 있다.

나는 수요낭독모임 처음처럼이라는 작은 책모임을 갖고 있었고, 우리는 함께 저곳 숲속작은책방에 다녀왔다.

우리들이 읽고 있었던 책 강헌 선생의 《전복과 반전의 세계사》를 읽고 있는 중에, 강헌 선생의 강연이 거기서 잡힌 것이었다. 당연히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야지!" 싶었다.

그곳은 “책방이 하나 생김으로서 마을이 생겼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책방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그곳을 방문하게 되고, 또 그로부터 많은 일들이 또 생겨나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헌의 문화 강연을 들으며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것은 강헌 선생의 ‘사주명리’ 이야기였다. 선생은 운명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은 정리하자면 길상한 삶을 사는 것. 맑게 그러면서 사람을 도우며 인간답게 사는 것과 관계 있었다.

우리는 책을 숲속작은책방에서 샀지만, 잠은 그 옆집에서 잤다. 밤에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눈다는 일이 그 집 주인들에게는 폐가 될 줄을 몰랐다. 궹해진 눈으로 소음을 호소하는 주인께 우리는 퍽 미안했었다. 그리고 아침에 안주인께서는 우리가 그 어디서도 본적이 없었던 아침상을 정갈하게 준비해 우리들에게 선사했었다. 밤에 잠을 못자 예민했었다는 사과와 함께였다.

우리는 그곳에 가서 선비들이 한양 과거 보러 가기 위해 걸었다는 옛길도 걸었다. 《전복과 반전의 세계사》에서 보았던 흑인들의 목화밭도 보았다. 한권의 책을 접하는 수많은 길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체험했었다.

숲속작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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