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흙] 2만자 SF 소설 <네버엔딩 유토피아> 쓴 소년이 매일 간 곳

“공립 <성동구립도서관> 사립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를 집처럼 머물렀죠!”

원동업 승인 2024.02.13 11:34 의견 0
김희수 어린이는 작가다. 최근 <네버엔딩 유토피아> 작품을 썼고, <우주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는 사립도서관이다. 개인이 시작해 비영리민간단체의 이름으로 운영된다. 그 도서관 근처에 사는 이들은 그곳을 옥수동이라 말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엄밀히 금호동에 있다.

둘레길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서울숲-남산길을 알 수 있겠다. 그 길을 걷다가 금호산에서 매봉산으로 넘어가는 즈음 등성이에 있는데, 이곳에 책엄책아가 있다. 마을문화카페 산책이 2층에 있고, 1층엔 어린이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가 있다.

많이 이들이 꼽는 “이곳 도서관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이곳이 좀더 시끄럽다는 것이다. 이곳에 들르는 이들은 조용히 앉아서 책만을 보도록 강요되거나 요구받지 않는다. 애초부터 이랬느냐고? 그렇다. 2001년 행당동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도 아이와 엄마를 위한 편안한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책을 쉽고 즐겁게 생각했으면 했던 역사가 책엄책아엔 스며있다. 이곳에선 책모임도 열리고 자구 강연도 펼쳐진다. 공연도 축제도 자주자주 벌어지는 곳이어서, 이곳은 조용하지 않다.

아이들도 여기에 자주 오고 싶어한다. 개구리통장이 있어서, 다섯 번을 오면 개구리 도장을 하나 받는다. 이 개구리 도장 다섯 개를 받으면, 책엄책아에서는 (대개는) 아이가 원하는 책을 선물로 준다. 이곳을 거치고 떠난 수많은 아이들이 받았던 책 선물은 아이에게 큰 보물로 남는다. 이 어린이 들중의 하나가 대략 두서너 살부터 이곳에 온 김희수 어린이일 것이다.

2024년에 중학생이 되는 청소년 김희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종의 인터뷰였다. 응봉교 북단에 살았던 이 친구는 두 개의 도서관을 번갈아 드나들면서 책과 친해졌다. 성동구립도서관이 하나, 그리고 여기 책엄책아가 또 하나. 그 아이가 들고있는 에코백은 성동구작은도서관 로고가 찍혀있다. 어느 때인가 성동구의 작은도서관들이 서로 연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들었던 가방일 것이다.

이 친구 희수는 지난 2023년에 작지만 큰 일을 하나 했다. 2만자 정도의 SF 소설을 완성을 하고, 이 글을 공모전에 출품한 것이다. 제목은 <네버엔딩 유토피아>. 비록 수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꾸준히 함께 글을 써온 동료들에게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차별적 성과를 이뤘다.

희수는 친구들과 <우주출판사>라는 글쓰고 책만들고자 하는 동아리 혹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해야할 시간이 늘겠지만, 그러면 잠을 줄여서라도 글을 쓰고자 한다.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일의 희열과 흥미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런 희수를 키워온 곳은 도서관 그리고 그 안의 책이었다. 희수는 이 공간-책엄책아- 안에서는 영어책이 잔뜩 있는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왼편에 있는 구석진 자리를 좋아한다. 이곳이 언제나 활발하게 책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마음에 든다.

엄마는 이곳에서 책쓰기 강의를 듣고난 뒤에 2023년에 책을 펴냈다. 그 일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일이다. 혼자만 글을 쓰는 것보다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돕기도 하며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근사한 일이었다.

저작권자 ⓒ bookolog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