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재기록] 책들의 거처도서관의 공간은 어떠해야 할까?

어린이도서관? 아이들 발달단계 고려하고, 건축이 가진 기능성 구조성 심미성 갖춰야

원동업 승인 2024.02.13 13:09 의견 0

무엇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그것을 정의(定義, definition)한다. 즉,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뜻을 명백하게 밝힌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정의가 될까?

그것은 그 대상이 속해 있는 곳의 공통속성을 정리한 후, 그 대상이 독특하게 가진 정체성(차이점)을 보여줌으로써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달걀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는 정의로서 답한다. ‘닭의 알’이다. 알이라는 '공통적 특징'과 닭이라는 '차별적(다른 것과 구별되는)' 요소의 결합에 의해 정의가 성립한다.

도서관의 정의를 여기에 적용해 보자. 도서관은 일단 집이다. 건축물이다. 그리고 책과 도서라는 점에서 다른 집들과 차이점이 있다. 즉 ‘책들의 거처’로 우리는 도서관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다음 내용은 이정미의 작은 논문 <어린이도서관의 건축계획과 공간구성>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책들의 거처’라는 교집합 속에서 탄생해야 한다.

건축이 갖는 3가지 측면 「기능성․기술성․조형성」

건축은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 우선, 건축의 목적과 용도에 적합한 공간의 기능을 설정하는 일에서부터 그러한 내용들을 담는 그릇으로서 요구되어지는 성능을 규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많은 조건을 수반한다. 이러한 것을 일컬어 “기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건축을 만드는 기술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에 의한 구조해석을 비롯해서 재료나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어서 상상으로만 그쳤던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형태가 모두 가능하게 되었다. 기계나 설비도 발달하여 인공 환경이 손쉽게 조성되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에너지절약이나 에너지공급원의 개발 등에 대한 기술적 측면이나 친환경 건축이 최근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종적으로 건축은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되므로 미적 아름다움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의 측면에서 요구되어지는 ‘조형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건축계획의 방향

여기서는 어린이도서관의 신축 기본계획과 함께 리모델링 계획 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점들을 중심으로 건축 및 공간구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사항들에 대하여 고려해 보도록 한다.

첫째, 어린이도서관으로서 건축적 아이덴티티를 살려야 한다. 지역의 풍토와 문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외관으로써 내부공간과 형태적으로 동일한 맥락의 디자인이어야 한다. 이용자와 근무자 모두 지역의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애착이 가는 건물로써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건축물은 노화되어도 품격을 더해가는 건물, 유행하는 건축양식을 따르기보다 실용과 아름다움을 조화시킨 건물이어야 한다. 디자인이 조잡하거나 너무 많은 형태적 언어를 사용하기보다 단순하면서도 알기 쉬운 디자인으로써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외관디자인이 되도록 한다. (중략)

공간구성의 방향

어린이전용실에 있어서는 오픈 스페이스 안에서 서가와 열람공간을 서비스데스크카운터를 중심으로 어떻게 배치하는가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각 기능을 구분하고 몇 개의 코너를 구성하는 중점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부수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어린이 전용화장실이나 영․유아 전용코너(문으로 구획된 장소) 등의 배치를 순차적으로 고려한다.

어린이전용실의 공간구성에 있어서는 최근 오픈 스페이스화가 일반화되어지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오픈스페이스 내에서의 배가방식과 열람스페이스의 효율적인 배치방식이 과제가 되고 있다. 한 로 오픈스페이스 안에 어린이의 연령단계에 따라 도서 및 자료를 구분하여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존(Zone)을 구성하되 각 영역간의 연속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가구로 변화를 주는 디자인방법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배가방식과 관련하여 어린이도서의 분류체계와 함께 서비스 방식의 정립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어린이의 연령단계별 인체 치수를 고려한 열람석의 완비가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서가는 자료의 종류에 따라 영역을 완전히 분리시키기보다 질서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이용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다양한 연령단계의 어린이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어린이도서관 건축디자인> 이정미 편에서 발췌

< 읽는엄마 책읽는아이>는 어린이 도서관이다. 이곳은 벽돌담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벽화처럼 붙어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 프레임과 문을 연결하는 부위에 아이 손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대가 설치돼 있다. 서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키가 작은 아이라도 손을 뻗으면 어느 대개의 책을 뽑을 수 있다. 키가 더 작은 아이는 받침대를 이용하면 된다.

아이들의 키 높이만큼 책장이 설치돼 있다.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의 현실과 성장에 필요한 기능성과 구조성 심미성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


햇살이 뻗어서 들어오는 이곳은 어느 곳이나 환하다. 서재가 빙 둘러 있는 공간 안에는 콩소파가 있어서 아이들은 이곳을 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 그 위에 편안하게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다. 모나지 않고 둥근 책상이 있어서 거기 책을 펴놓고 읽을 수도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아이와 청소년의 경계는 나누어져 있지만, 청소년도 그림책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오빠언니들의 공간을 자연스레 들어가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연결되고 다른 공간 안에서 자극받으며 성장한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보면, 이곳이 도서관임을 알게 된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들이 그림과 그 옆의 친절한 안내글자가 있다. 어느 그림책에서 오려낸 듯하다. 변기는 일종의 왕좌처럼 보인다. 아빠가 신문을 보고 있고, 아이는 앞 작은 변기에 앉아있다. 물오리들이 있어서 이곳은 친근하다. 이곳은 어린이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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