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재기록> 《도서관의 책》 도서관에 대한, 도서인들의 이야기

“책을 빌려가도 돼. 돈은 내지 않아도 된단다!” 나딘드 마음 품어준 사서

원동업 승인 2024.02.13 13:56 | 최종 수정 2024.02.13 22:09 의견 0

아래 이야기는 책 <도서관의 책>에 소개된 어느 도서관 사서의 추억이다.


나딘느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였다.

아버지는 숲에서 나무 베는 일을 하는 벌목꾼이었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커다란 숲 한가운데에 있는 나딘이 집에는 식구들이 바글거렸다.

언제나 시끄럽고 북적대는 집이었다.

어느 날, 나딘느는 처음으로 도서관에 왔다. 나딘느는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 책도 건드리지 않았다. 나딘느는 어떤 책도 뽑아 들지 않았다.

사서는 나딘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나딘느는 여전히 책장 앞만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 너는 왜 책을 빌리지 않니?

잔뜩 겁먹은 눈으로 나딘느가 도서관 사서를 올려다보았다.

-책을 집에 빌려가도 돼.

도서관 사서는 나딘느의 팔에 세 권의 책을 안겨주었다.

-저는 돈이 없어요.

-도서관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야. 공짜로 빌려 주는 곳이란다.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살짝 미소를 띄며 나딘느가 물었다.

-정말로 돈을 안 내도 돼요?

-그럼.

나딘느는 날마다 책을 두 권씩 빌려갔다.

나딘느는 하얀 보자기에 책을 싸서 조심조심 들고 갔고, 다시 가져왔다. 또래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그러나 사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흘러갔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주간이었다. 나딘느가 도서관에 왔다.

나딘느는 벌써 열흘 전부터 책을 빌려 가지 않았는데도, 손에 하얀 보자기를 들고 서 있었다.

- 우리 아빠가 양 한 마리를 잡았거든요.

나딘느가 수줍게 말했다.

- 그래서 고기를 조금 가져왔어요.

나딘느는 천천히 보자기를 풀었다.

공공도서관이 공공의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그곳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당연히 그 공간에는 책들이 있어야 한다. 책이 그곳에 있기 위해서는 그것을 누릴 만한 재정이 있어야 한다. 바로 생산성이라든가 효율성 혹은 투표장의 표가 되지도 못할 그곳을 위해 공간과 재정을 지원하는 일은 그 사회의 민도를 나타낸다. 어쨌든 도서관에는 이런 큰 것들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위의 사서와 같은 분들이다.

도서관에 어렵게 온 아이들,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대하지 않고, 환대하는 이들 말이다. 마음속으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그 사서 선생님들이 도서관 안에는 있다.

※ 그러니 사서들이 해야하는 일은 단순히 책을 모으고, 분류하고, 꽂아두고 관리하는 일만은 아니다. 작은도서관의 사서들은 특히나 그러하다. 작은도서관의 사서들은 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더 많은 가치있는 일들을 기획하고 이를 위해 공모를 내고, 선정이 되면 몸소 나서서 사람을 모으고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 사서들은 그래서 ‘활동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 위 이야기를 소개해 준 이는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어린이작은도서관 사서 김선호 선생님이다. 이 이야기는 책 [《도서관의 책》-실비 드보르드, 콜레트 포 엮음]에 소개돼 있다. 화가, 작가, 도서관의 사서, 서점 주인 등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이들의 경험과 느낌을 망라하여 엮은 책이다.

그들은 도서관이 “도서관이 척박하던 시절의 행복의 공간이고 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였으며, ‘좋은 친구를 사귀는 공간’이었음을 알려줍니다”라고 선호 쌤은 썼다.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에는 선생님의 마음에 잡힌 많은 아이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종달새나 빈센토 혹은 성탄절의 아이 같은 아이들. 그 아이들의 삶과 내일에 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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