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본 세상] 아이들은 왜 ‘똥-오줌-방귀’에 열광하는가?

똥-오줌-방귀 이야기 책을 모아 보면 보이는 세상

원동업 승인 2024.02.13 18:07 의견 0

아이들 앞에서 ‘똥’ 이야기를 해보라.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좋아할 것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작은 어른들이 아니고, 어른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할 ‘똥-오줌-방귀’ 이야기를 모아보는 행위는 아이들에게 환영받을 일이다.

이런 주제책을 모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꼭 의미를 위해서만, 무엇을 위해서만 일을 해야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그저 재미있으면 그 일을 하게될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생겨난다. 일단 우리가 할 일은 주제 ‘똥과 오줌과 방귀’가 있으면 이를 모으고, 이를 잘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거기서 의미를 찾게될 수도 있으니까. 먼저 똥과 오줌과 방귀에 대한 책들을 좀 살펴볼까나?

아래는 지난 2011년 5월달에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 어린이도서관에서 모은 책들의 목록이다. 전시를 위한 책들이니, 실제로 손에 쥐었던 책들의 목록이기도 하다. 이 도서관에는 모임 책고르미가 있고, 이들은 이렇게 책들 사이를 돌며 수집에 나선다. 먼저 필드(현장)에 나가고, 다음으로는 데스크에서 조사를 한다. 그러면 더 넓게 책들을 모을 수 있으니까

1. 똥자루 굴러간다 (김윤정 글.그림 / 국민서관)

2.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출판사)

3. 똥벼락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출판사)

4. 똥떡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5. 똥이 풍덩! -남자 (알로나 프랑켈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비룡소)

6. 똥이 풍덩! -여자 (알로나 프랑켈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비룡소)

7. 똥 (니콜라 데이비스 지음, 닐 레이튼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8. 강아지 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9. 똥 똥 귀한 똥 (도토리 기획, 김시영 그림 / 보리)

10. 똥은 참 대단해! (허은미 지음, 김병호 그림, 조은화 꾸밈 / 웅진주니어)

11. 뿌지직 똥 (사토 신 지음, 김난주 옮김, 니시무라 도시오 그림 / 을파소)

12.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 (이성실 글, 이태수 그림, 나영은 감수 / 다섯수레)

외 21권

오줌

1. 싸개싸개 오줌싸개 (김정한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2. 오줌싸개 할래요!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전혜원 옮김 / 주니어랜덤)

3.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 (장 피에르 케를로크 지음, 염미희 옮김, 파브리스 튀리에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4. 오줌 쏴아아 (피토와 제르베 / 웅진주니어)

5. 연지는 오줌싸개 (다나카 키요 글 그림, 이예린 옮김 / 제삼기획)

6. 이불에 지도를 그렸어요 (엘리자베스 드 랑빌리 글, 마리알린 바뱅 그림, 곽노경 옮김 / 시공주니어)

방귀

1. 왜 방귀가 나올까? (초 신타 지음,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2. 방귀쟁이 며느리 (신세정 글.그림 / 사계절출판사)

3. 뿌웅~ 보리 방귀 (도토리 기획 글, 김시영 그림 / 보리)

4. 방귀 방귀 나가신다 (신순재 지음, 홍기한 그림, 윤소영 감수, 조은화 꾸밈 / 웅진주니어)

5. 내 방귀는 특별해! (스테번 폰트 지음, 김수희 옮김, 마르크 얀선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6. 며느리 방귀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7. 방귀소녀 우차차 (오모토 야스오 지음, 곽혜은 옮김 / 한림출판사)

8. 월터는 방귀쟁이 (오드리 콜먼 그림, 윌리엄 코츠윙클.글렌 머리 글, 조병준 옮김 / 국민서관)

9. 방귀쟁이 뿌뿌 (린쓰런 지음, 린이샹 그림 / 주니어랜덤) 외 10권

티베트여행에서 똥은 밥하고 차 끓이는 연료

1995년에 나는 티베트 여행을 했었다. 티베트는 당시에 철도가 뚫려있지 않았고(지금은 중국으로부터 티베트까지 철도가 운행한다), 그곳으로 갈 때 우리는 중국공식 여행 루트를 따르지 않고 트럭을 타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었다. 고산을 넘어갈 때, 우리(동행자 대학원 친구)는 고산병에 시달렸다. 바깥의 눈 쌓인 설산은 때로 붉게 때로 퍼렇게 혹은 검게 하얗게 변해서 우리는 이곳이 지옥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시야는 매우 좁아졌고, 숨이 가빴고, 머리와 가슴이 빻는 것처럼 아팠었다. (각설하고)

그곳에서는 히말라야 사는 야크들의 똥이 주된 연료였다. 차를 데우는 검게 탄 주전자 아래서 하얀 연기를 내면서 야크똥이 탔다.

인도여행에세 배워온 손비데는 치질 없애줘

2005년에는 인도 여행을 했었다. 뭄바이에서 며칠간 묵을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새벽에 벌써 나들이를 하고온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서 인도인들의 뒤처리 방법을 들었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본 다음, 바가지에 있는 물을 엉덩이 꼬리뼈 위에서부터 천천히 ‘계곡’쪽으로 부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왼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어서 조물조물. 엄지와 검지는 쓰지 않고 중지와 약지와 소지를 주로 사용하면서 똥 건더기들이 묻어있는 항문을 살살 문질러 주면 되는 일이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어떤 반응일지 짐작이 가지만, 그 처리 방법은 매우 훌륭한 처리방법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갈 때 휴지가 없어서 걱정인 분이 있다면, 언제고 휴지 대신 처리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고 이야기 드린다.) 물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얼마나 흔한가. 그리고 물만큼 더 정갈하게 완벽하게 청소를 해줄 수 있는 물질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그러는가.

나는 당시 이 방법을 배운 이후, 이후의 일처리를 이들의 방법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일어나는 일 하나를 고백해야겠다. 나는 당시 치질 비슷한 게 있었다. 똥꼬(똥구멍) 옆으로 나는 종기같은 게 나 있었다. 가끔 거기서 피도 났다. 피곤할 때면 그곳이 딴딴하게 부었고 앉을 때마다 아팠다. 그건 군대 복무 중에도 나를 괴롭히던 놈이었다. 그게 한 3~4년쯤 물로 항문을 씻어주는 일을 하자 사라졌다. 깨끗하게. (살살 마사지를 해주는 일만으로)

똥과 오줌과 방귀에 편견 없는 세상

물로 뒤처리를 하는 문화는 인도인들만의 전용이 아니었다. 불가에서도 뒤처리를 이렇게 한다고 미황사의 주지스님께서 얼마전 신문 칼럼에 쓰신 내용을 보아서 안 내용이다. 그건 부처님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불가의 ‘전통’이란다. 부처님도 그렇게 뒤처리를 하셨단 게다. 지금은 비데를 가장 첨단의 도구로 본다. 손비데로 불릴 이 방법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똥과 오줌과 방귀와 친해져보시라. 어떤 세상이 우리에게 올지 모른다니까요.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원본 책, 한국어판과 중국판.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시대와 문화와 상관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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