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인사이트] 은둔 고립 청년들에게 여행을 권하는 두 청년

강릉역 앞 강다방 이야기공장과 로컬캐스트 이상국 대표를 만나다

원동업 승인 2024.02.13 21:19 | 최종 수정 2024.02.13 21:24 의견 0

다소 엉뚱한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 같다. 은둔 청년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어 히키코모리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있다.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차단한 청년들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우리는 1970년대 이후로 줄곧 들었고, 1990년대초엔 더 심해졌다. 그들 청년은 이제 장년이 되었다. 일본에서 ‘5080 문제’라 하면 이 문제다. 이제 80대의 부모가 50대의 고립된 자식들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코로나 변수를 고려해 2019년을 기준으로 고립•은둔 청년 규모 추산치는 34만 명(3.1%)다. 2022년 추산치는 더 늘어나는데 약 54만 명(5%) 쯤 된다.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11조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재단 2023년 발표, 책임연구자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청년 히키코모리는 이제 중년이 되었다. 사회에 나오지 않는 청년은 경제작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문제를 일으킨다. 그 비용 후과는 개인과 사회가 나누어진다. 사진은 인공지능이 그린 포토형 자료.


비용환산은 어떻게 할까?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기회비용이 연간 약 6조7천억원이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소득 약 3,700만원을 청년 규모에 곱한 값이다. 잠재적 비출산으로 인한 손실비용도 있다. 자녀의 생애 기대소득까지 합하면 연간 125억, 총 1조343억이다. 그들은 기초생활보장•실업급여 등 정책비용이 2천억원, 질병으로 인한 비용은 293억 등이다.

은둔•고립 청년의 문제를 단순히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여 이를 ‘개선해야 한다’ 한다고 결론짓는 것은 부적절한 결론에 이르게 할 우려가 있다. 청년들이 왜 고립과 은둔을 택하게 되었는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 그리고 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하게 할 것인가를 짚는 데 이러한 관점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삶의 문제를 효율과 생산성 등으로 환산해서 보는 그 오래된 시각이 어쩌면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지향과 힘을 체계적으로 파괴해온 원인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지원 대책이 ‘학교폭력 등 이지메’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이는 고립은둔의 원인이 사회 전반의 경제적 침체와 연결되었다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년들의 직업 취업 등에 초점을 맞출 때도 문제는 있다. 당사자에 대한 ‘내적 케어’가 부족해 당사자가 원하는 지원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총리 주재의 청년조정위원회를 열고 ‘처음으로 중앙 정부 차원’의 고립•은둔 청년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하고, 심리상담과 자조모임과 자기계발과 진로탐색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지극히 행정스럽다) 예산은 고작 13억원이다. “전국 4개 지역 청년미래센터에서 일할 32면의 전문인력을 뽑는 데 가장 먼저 쓰일 것”이라는데, 이게 실질적 대책의 첫 단추일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일해온 민간 현장에 먼저 묻고 지원하면서 그 결과를 겨우 청취할 수 있는 정도의 예산이라면, 딱 그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영국은 2018년 사회적 고독을 담당하는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했다. 그후 “외로움에 대해 말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고립된 시민들을 돕는 공공•민간•자선단체 태클링 론리니스 테트워크를 구축해 거기에 약 500만 파운드(약 82억원)를 지원한다. 이들은 쌓아온 네트워크와 경험을 십분 활용해 진지하게 고립된 사람들 속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본론. 어쩌면 고립 은둔 청소년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여행일 것이다. 그 여행을 떠난다면 나는 권할 곳이 있다. 강릉역에 도착하면 그 역에서 가까운 강다방 이야기공장 같은 곳이 그런 곳이다.

강릉 강다방 이야기공장 : 강릉 여행 청년 여행의 시작일 만한 곳

이곳은 청년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스스로가 청년의 어려움을 잘 아는 이다. 어찌저찌 서울 대도시에서 힘껏 포부를 펴다가 마음을 다치고 그곳에 갔다고 들었다. 그는 오는 이들을 누구나 환영한다. 커피를 끓여주고(그걸 무료로 주신다), 조용히 가게를 둘러보도록 기다려준다. 가게는 강릉 여행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쌓여있다. 강릉의 사람들이 스스로 강릉에 대해 보고 읽고 쓴 내용들이 많다. 그런 곳은 청년들이 들러 눈빛을 맞추고 이야기하기 좋은 곳이다.

강릉 동네책방네트워크가 제작한 강릉 여행지도다. 책방을 돌면서 세상을 세 번 여행할 수 있다. 하나는 그곳에서, 또하나는 책에서, 또 한번은 사람에서. Ⓒ 원동업

로컬캐스트 : 청년 이상국을 구해준 것은 여행
이곳을 소개해준 이는 강릉에서 로컬 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국 대표다. 그는 강릉의 토박이인데, 서울에서도 성수동에서 문화기획 일을 하다가 스스로 귀향했다. 하나의 이유는 병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길로 지역 안에서 문화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특히나 젊은 청년들, 고립되고 은둔한 청년들에게 마음이 간다. 그가 행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은 청연들의 치유와 회복 그리고 차근차근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서울서 험난한 혹은 지루한 일들을 진행할 때마다 여행을 떠올렸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의사에 반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좌절했을 때, 여행으로 스스로를 지켰다. 그가 지역의 여행을 업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은둔 고립 청년들에게 여행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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