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인사이트] 설계를 잘하려면? 구조와 리듬과 색채

시간, 즉 인생을 걸어야 아이디어를 이데아로 옮겨갈 수 있다

원동업 승인 2024.02.14 00:24 의견 0

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마음읽기 <설계를 잘하려면>을 읽었을 때, 다음의 구절에 놀랐다.

“설계는 고유의 구조, 리듬, 색채 등을 띠어야 한다. 이것들은 세상을 수많은 것을 재료 삼아 만들어지기에 현실과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한편 혼자만의 기량 연마도 중요하다. 나의 붓질이 거칠면 그 캔버스의 인물들은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혹은 작가의 붓질 아래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는 건축에서 리듬은 음악에서 색채는 미술에서 중요한 요소들인데, 이것들을 모두 ‘설계’에 넣어야 한다는 ‘포부’와 ‘다부진 다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그 안에 있고, 그것들이 두루 연결되는 상태가 구조이다. 이는 전체를 보는 눈도 필요하고, 핵심적인 부분과 척추가 중심에 있어야 하는 단계다. 음악은 리듬인데, 이를 탈 때 비로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색채를 띠어야 우리는 볼 수있고, 호기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

토마스 에디슨의 작업노트. 요즘은 LED로 바뀌었지만 이전의 전구는 모두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필라멘트에 전류를 통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설계'는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 비약적인 성과로서 가능하다.


어쨌든 이은혜는 어떻게 설계를 해야한다고 했나?

첫째, 설계를 기획이라는 말로 바꿔보자. 많이 범하는 잘못은 일반화다. 대상이나 주제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구조는 그런 방식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둘째, 참조사례로 소설가의 기획을 예로 들어보자. 소설은 구조와 문체로 돼 있는데, 실제로 문체는 대상들, 요소들을 다루는 엔진이다. 소설가 츠쯔젠은 “청포도 두 알 같은 눈두덩이” “누런 가을처럼 늙어있는 날들”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검버섯” 같은 표현을 보라. 그것을 ‘동화처럼 순수하다’고 한마디로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숫자를 버리라. 실용적인 시간 쓰기에 집착해서 생각하고 집중할 시간을 효율적으로 정해버리면 펑범함의 진창에서 벗어날 수 없다.

- 2024.01.10 중앙일보 오피니언 : 이은혜의 마음읽기 요약

나는 설계가 하나의 아이디어요 동시에 이데아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생각의 모습으로 있지만, 실제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뼈대가 된다. 그것은 요소들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방향을 지시한다. 그 설계는 많은 것들을 일이관지 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기까지 필요한 것이 있다. 시간이다. 시간이 곧 인생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인생을 걸어야 우리는 비로소 설계 혹은 기획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표현은 고유의 구조와 리듬과 색채를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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