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외교부 공무원으로 살았다. 국가개혁 다룬 일본 책 번역했다.”

옥수서재에서 만난 번역가이자 출판인 김연빈
“국가공무원들의 경험과 지혜를 세상에 전하는 역할하고파, <귀거래사>!”

원동업 승인 2024.03.08 23:03 | 최종 수정 2024.03.08 23:04 의견 0

공직의 귀한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고민하다

그는 41년을 공무원으로 살았다.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와 외교부에서 두루 생활했다. 그 안에서의 전문분야라고 하면 해양-바다를 꼽는 게 맞을 것이다. 그에게 해양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푸른 영토’다. 나고 자란 순천의 갯벌부터 부산해양수산청 근무시 조직했던 ‘오륙도 왕복 수영클럽> 결성까지, 오픈워터, 바다는 그의 숨결과도 같다. 2019년 6월 퇴직을 한 뒤에 그가 한 일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거였다. 도연명의 낙향 시 그 귀거래사다.

1,700여 년 전 도연명은 썼다.

“자,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 삶’이 ‘치국제민’ 청운의 꿈을 접은 관리 도연명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 김연빈은 <귀거래사>를 출판사 이름으로 짓고, 운영하는 삶을 선택했다.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강호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

“퇴직 공직자들을 위한 곳입니다. 공직의 귀한 경험들과 지식을 사회에 다시 전하는 저술작업을 응원하려는 거죠.”

그의 공직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공적 생활은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이 그 증거가 되고자 했다. 『국가전략이 없다』 그리고 『국토상생론-바다로 열린 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그를 지난 1월 26일 옥수동의 너른 책방 <옥수서재>에서 만났다. 역사공부 모임 홍보물이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에 붙어있었다.

김연빈 귀거래사 대표가 번역한 책들. 해양수산부, 국토부, 외교부를 거친 일생의 관심사가 일본 요미우리의 기획 <국가전략이 없다> <국토상생론> <손기정 평전> 등을 번역한 토대가 됐다.


- 지난달 30일 출간한 책 『국가전략이 없다』의 부제는 ‘요미우리가 공개한 충격의 일본 위기보고서’다. 책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다면.

“일본 최대 신문 요미우리가 2005년 1월 1일부터 2006년 6월 25일까지 1년 6개월에 걸쳐 특집기획물로 연재한 기사가 <검증 국가전략 없는 일본>이었다. 이 내용들은 2006년말에 간행됐고, 2009년에 요미우리가 다시 내용을 재검증해 문고판으로 나왔다. 나는 2007년에 이 책의 초본을 번역해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 출간했었다. 책 『국가전략이 없다』는 2009년 증보판을 기초로 역자의 추가된 주석과 서평 등을 추가해 다시 낸 것이다.”

국가와 국민에 묻는 요미우리의 어젠다 설정과 실천에 충격

- 주석을 새로 달았더라도 2005년 혹은 2008년 내용이 2024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나?

“전 주일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을 지냈던 윤상훈 행양수산부 과장의 독자서평은 이랬다. - 본서에서 ‘일본‘이라는 글자를 ’한국‘으로 바꾸고, 2005년을 2023년으로 바꾸어 읽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 그만큼 일본이 먼저 겪은 문제를 우리가 겪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해양•어업정책과 같이 같은 문제를 두고 두 나라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는 문제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라고. 그 지적에 동의한다. 책에서는 팬데믹, 희토류 등 자원의 전략화, 한일간 독도 충돌 등이 이미 모두 예고돼 있다. 오히려 일종의 예언서로 보아도 좋다.”

그는 오픈워터스위밍, 즉 바다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 있다. 독도에 대한 그의 사랑도 남다르다.


- 책은 5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과학기술의 위기, 2장 표류하는 해양국가, 3장 자각 없는 무자원국, 4장 안전대국의 환상, 5장 흔들리는 지력(知力)의 기반이다. 위 5가지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국가의 핵심 중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내겐 인상깊었다. 예로 한일간 독도영유권 분쟁은 해양탐사 기술에 의해 추가 크게 요동쳤다. 국가 안전 편에서 최악의 전염병 예방-대처를 하기 위해선 P4 시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책에 있었다. 중국이 희토류 등을 전략무기로 쓰면 이를 대체할 물질 개발에도 과학기술은 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였다.

“그렇다. 국가전략은 곧 과학기술 전략과 통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가전략이 없다면, 나라가 차츰 방향을 잃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국가공무원들과, 특히 법을 제정하는 국회위원들이다. 그들이 각성을 해 재정과 제도로 전략을 지원하지 않으면 국가는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국가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뼈대를 이루는 중추다

- 책을 번역하면서 과학기술과 관련해 특별히 눈에 들어왔던 대목이 있다면?

“2002년도에 일본은 지구시뮬레이터라고 하는 슈퍼컴퓨터를 내놓는다. 최고라고 자부하던 미국보다 다섯 배 빠른 기술을 가진 기계였다.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 빅데이터 관리와 처리에 슈퍼컴의 역할은 지대하다. 미국 뉴욕타임즈가 이 사건을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 사건으로 불렀을 만치 큰 충격을 미국사회에 줬다. 그때 주일 미국대사가 연구실을 찾아가 2시간 넘게 장비와 시설을 꼼꼼히 살피며 질문도 했다. 외교관을 ‘공인된 스파이’라고 한다. 그 우두머리가 적의 심장부에서 헤집고 다닌 거다. 반면 일본의 관료들은 채 10분을 거기 머물지 않았다. 이런 지적을 요미우리에서 개탄한 것이다. 결과는 미국이 슈퍼컴퓨터뿐아니라 전체의 과학기술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는 한국의 4극 바다수영을 주창하고 있다. 동쪽의 끝 독도, 남쪽의 끝 마라도, 서쪽의 끝 신안 가거도 그리고 북쪽 끝 섬 백령도다. 나라의 시작 독도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는 백령도 수영까지. 그의 꿈은 계속 된다.


- 책은 한중일 간의 치열한 경쟁이나 견제가 다수 소개되고 있다. 일본의 관점에서 우리와 세계를 보는 일이 흥미로웠다. 그러한 시선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2004년의 일로 기록돼 있는 게 일본무역진흥기구 북경센터 지적재산과장의 보고서다. 칭다오시 하얼빈 그룹 본사 방문 뒤 충격을 먹었다. ‘그곳에서 일본의 특허청에 신청되는 특허출원정보를 검색하고, 연구개발정보를 이용하고 있어 연구비가 적게 든다’는 ‘자백’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특허청 홈페이지의 외부 국가 접속을 조사했더니, 결과가 놀라웠다. 중국서 1만 7천건, 한국서 5만 5천건을 ‘엿보고’ 있었다. 일본은 이러한 지적을 받고 최근 특허법을 개정해 출원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정책을 바꿨다. 국가간 현실이 이러하다. 이러한 국가간 투쟁에 언론이 책임있는 자세를 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가전략이 없다> <국토상생론>엔 한국의 미래 담은 예언 담겼다

『국가전략이 없다』는 책의 머리말에 심훈 선생의 글 <필경 筆耕> 전문을 담았다. “오오 붓을 잡은 자여 위대한 심장의 파수병!”이라고 감탄하지만, 그 뜻은 냉철한 비판에 기초해 있다. 언론이 겨우 “박탈, 아사, 음독, 자살‘의 경과보고만 할 것인가? 아연활동, 검거, 송국, 판결언도, 5년, 10년의 스코어를 적는 것이 허구한 날의 직책이란 말이냐?”는 일갈은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입해 봐도 다를 게 없다. 94년여 전, 심훈의 문제의식을 김 번역가는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심훈 본인의 자경(自警)의 다짐이요, 언론인 나아가서는 지식인에 대해 던지는 심훈의 절규라고 할 수 있다.

- 『국토상생론』과 『국가전략이 없다』 표지는 모두 한일의 땅과 바다가 있다. 색깔만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다르다. 특별한 뜻이 있나?

“둘은 일종의 쌍둥이다. 『국토상생론』도 요미우리 신문의 특별기획 취재를 엮은 결과다. 부제에 있듯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에 대한 보고서다. 요미우리가 갖고있는 전세계 특파원과 통신원에게서 기사를 받았고, 일본도 전국 곳곳을 돌면서 취재해 실었다. 『국가전략이 없다』가 중앙정부의 과제를 다뤘다면, 『국토상생론』은 지방의 생존전략에 대한 요미우리의 탐사요 조언이다. 두 책은 함께 볼 때 더 큰 상승작용이 있다.”

번역가 김연빈은 책에서 충실한 편집자 혹은 작가의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국가전략이 없다』는 2005년~2006년, 『국토상생론』이 2010년대 초반 일본의 현실을 담은 책. 이 책들에서 현재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꾸준히 추적해 주석을 달았다. 직접 전문가들을 초빙해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 상생의 길’도 장(章)으로 추가했다. 공복(公僕)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의무감과 편집인으로서의 꼼꼼함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 그는 진심이었다.

옥수동 옥수역 7번 출구 근처에 책방 <옥수서재>가 있다. 이곳에서 출판인이자 번역가인 김연빈 선생을 만났다. 옥수서재는 토론하고 대화하고 공부하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사기에 좋은 곳이었다.


....................................................................................................................................

번역가 김연빈은

대한수영연맹 등록 수영클럽 마스토스 코리아 대표다. 국토해양부, 해양수산부, 외교부에서 41년간 봉직했고, 주일한국대사관 1등서기관(해양수산관, 국토교통관)을 지냈다. 요코하마국립대서 국제경제법학 석사를 받았다. 공직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퇴직후에도 사회에 돌려주는 과업을 수행하는 출판사 <귀거래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재능기부 사회공헌 활동-한국ESG학회, 한국스마트해양학회 이사-, 강연과 저술로 뜨겁고 바쁜 인생2막을 살고 있다.

저작권자 ⓒ bookolog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