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흙] 천국이 도서관 같을 거라고? 천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17년 만난 구산동 도서관, 2023년 인문다큐 영상으로 다시 만나다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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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23:43 | 최종 수정 2024.02.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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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이렇게 키워드를 넣어보시라.
[2023 인문 다큐 영상 공모전]
그리고 '마을로 간 도서관, 도서관이 된 마을'을 다시 검색해 보시라. <인문 360>을 통해서 공개된 이 다큐 영상은 20분 05초. 영상제작사 가좌미가 제작했다. 이 영상은 다음의 문자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_1986)
그런데 천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천국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 다큐 영상은 숲이 품고 있는 마을을 담는 것으로 시작한다. 드론은 하늘에 떠서 독수리처럼 땅을 내려다본다. 숲 안에는 나무와 풀들과 꽃들이 있다. 사람들은 숲에서 길을 걷다가 식물에 눈길을 주고, 그러다가 새도 눈여겨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더 잘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것도 장만한다. 망원경 그리고 식물도감과 새동물도감 같은 것들이다. 숲에서 벗어나 마을로 돌아갈 때, 그러니까 숲과 마을의 경계에 <은평구립도서관>,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이 있다.
이곳의 이야기를 나는 2017년 7월에 들었었다. 성동구의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 도서관에서 ‘우리 마을문화기획자에 도전한다’는 기획의 강연이 열일곱 번 진행될 때, 9번째 강사 이미경 님이 은평에서 온 분이었다.
“어린이꿈나무 도서관을 세 번 쯤 거듭 옮겨가며 키워왔고, 흔히 밖에서는 ‘작심하고 공부하는 도서관’이라는 작은 공동체도 키워온 분. 마을앤카페도 운영하고, 엄마들을 교육해서도서관 안에서 일자리도 여럿 만들어 낸 사람.”
그 분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공간은 도서관이었다. 은평지역네트워크(일명 은지네)는 마을의 집들을 이어 도서관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비가 60여억원이나 되지만,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19억 정도를 마련하고, 여차저차한 방법으로 나머지 돈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 마을기록관도 들어가고, 마을도 함께 들어가자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당시 짜몽 미경 쌤은 우리들에게 소개해 주었더랬다.
그리고 6년여의 세월이 더 지난 2023년말.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된 이곳 공간을 보고 있자니 기쁘다. 영상 안에서 글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이쁘다. 만화의 빈 칸을 채워나가는 아이들의 손놀림이 반갑다. 윤동주의 행적을 그린 벽위의 그림판,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사서 쌤이 미덥다.
도서관이 생기고 이 마을은 더욱 밝아졌다.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아주머니들과 동네의 예술가들이 도서관에 들른다. 카페에도, 동네 미술학원에도 책이 놓인다. 그렇게 살면서 사람들도 변해간다. 천 명 중에 하나가 아니라 100명 중에 하나, 열 명 중에 하나가 시인과 작가가 되는 마을을 꿈꾼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이들, 그런 공간들이 늘어간다. 어두운 밤에 등불처럼 켜진 도서관과 마을카페가 우리의 삶도 바꾸어 간다.
<내를건너숲으로도서관>은 시인 윤동주와 그의 문학, 그 정신을 기리는 도서관이기도 하다. 외롭게 죽었던 윤동주 시인의 집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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