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 현경쌤, 왈

엄마가 서러운 사랑을 합니다.

최현경 승인 2024.11.23 19:42 의견 0
늦가을에 엄마가 울면서 걸어갑니다


대학가 근처에 오래 살고 있는 덕분에 입시에서 멀어지기 힘들다. 오늘은 근처에 있는 대학에서 논술 시험이 있는 날이다. 아침 8시 부터 자가용이 뱅글뱅글 동네를 돌고 있다. 교내 진입이 되지 않는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차 사이로 비켜 다녀야 할 것 같다. 원룸이 많은 동네 어르신들도 내년 신입생을 기대하느라 오늘 불편함은 관대하게 넘어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쌀쌀한 기운을 움츠리고 차 밖에 나서 걸어가는 수험생의 모습이 안스럽다. 하지만 오늘 시험장 들어가는 학생이 부럽단 생각도 든다. 방에서 꼼짝안하고 누워있는 수능 망친 수험생이 있다면 속이 뭉그러지겠지.

두 아들을 둔 듬직한 엄마가 있다. 큰애는 나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덕분에 유명하지 않은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어 뿌듯해 했다. 이제 고3 수험생 아들은 어려서 부터 공부머리가 있고 점술가가 영특하다고 칭찬을 해 은근히 기대가 컸다. 체육한다고 공부 안하고 실기준비에 목숨거는 아들을 바라보며 큰아들이 못간 인서울 대학을 기대해 봤었다.

수능이 끝나고 전화를 받지 않아 마음 속으로 걱정이 됐다. 쉽다는 수능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다. 쉬워도 시험을 망치는 수험생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국어 때문에 긴장해서 서글픈 수험생이 많았다. 드디어 통화가 된 엄마는 설움에 북받쳐 소리내어 울었다. 참고 견뎌냈던 그 시간들이 억울하고 서럽다고 많이 울었다. 기 죽어 눈치보는 작은 아들이 가엾다고 또 소리죽여 울었다.

엄마는 언제까지 가슴을 부여잡고 울어야 할까. 우리는 매번 졸병이 되어 총알없이 싸워야 하는 걸까.사랑하는 아들, 딸을 한 순간도 원망하지 않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피나지 않는 이 싸움터에서 엄마는 너와 살아남을 준비를 다시 하고 있을게.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언제나 너를 응원하는 우리가 있다.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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