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 曰

오랜 기억을 꺼내며 한 마디

최현경 승인 2024.01.28 16:29 의견 0

골목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르륵 울리는 소리가 시간과 무관하게 들린다. 대학생이 많이 사는 대학가이기도 하고 방학이라 다니러 오고가는 사람들, 새로 둥지를 트는 신입생들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간다.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궁금했던 소리는 캐리어가 굴러가는 설레는 소리였다. 어딘가로 떠나거나 무사히 돌아오는 신호.

대학생이 된 스무 살, 끼리끼리 모인 친구들과 매주 천 원씩 모으기 시작했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축제 기간, 황금 연휴에 우리는 모은 돈에 조금 더 보태고 집에서 먹을 거리를 분량만큼 담아 고속 버스를 탔다. 가방 속에는 한 사람도 빠지면 안되는 먹을 것과 조리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출발할 때 뚱뚱하고 무거운 가방이 돌아올 때는 홀쭉하고 가벼워진 것은 즐거운 시간을 대신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민박집을 소개하는 아줌마, 아저씨를 따라 집 구경하며 친구들과 수근거리며 애교스럽게 민박비를 깎아달라는 요청에 구수한 미소로 응해주시는 마을 어른들. 그 때는 깎아주는 게 미덕인 생활의 재미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친구들과 짧은 여행이지만 경비와 필요한 물품, 식사 메뉴까지 계획하며 재료를 나눠 준비하던 풋풋한 새내기. 처음 함께 했던 여행은 그런 이유들로 오래 기억에 남고 지금도 꺼내어 이야기 나누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느 여행도 그 때 만큼 재미를 선사하지 않는다.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처음 부터 무엇이든지 우리 끼리 준비하고 실행하고 공유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더 늙어서 기억을 잃어버리더라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엇이든 자신이 스스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준비해서 성과를 맛보는 성취감! 그야말로 사이다 아닐까? 나이에 상관없이 이제는 각 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실천해 보며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을 간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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