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동네도서관] 성북구 길음동 글빛도서관... 사람들과 책이 만나니 거기서 반짝반짝 빛이 나다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원동업 승인 2024.02.28 11:52 의견 0

성북구 길음동 성북미디어문화마루 안의 <글빛도서관>은 아름다웠다.

햇살이 비추는 눈높이의 책장마다, 근처에는 사람들이 촘촘하였다.

무엇보다 들보(집 지을 때 두 기둥을 가로질러 걸치는 나무) 위치쯤 되는, 혹은 일주문의 현판처럼 선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그 안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등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사람들과는 등지고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그러다 사람들이 손가락을 넣어 빼어 책을 펼치면, 기지개를 펴는 책들. 그러면 거기서 모험이 펼쳐지고, 신기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는 문을 여는 곳.

그러다보니 도서관은 천국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는 한 남자가 생각났다. 그의 말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용한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을 것! - 보르헤스

간단한 구절이다. 도서관이 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말. 이 말을 한 이는 간단히 보르헤스라고만 돼 있다. 그의 이름을 모두 따려면 시간이 걸린다.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

그는 아르헨티나 시립도서관의 사서였다. 아홉 살 때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행복한 왕자》를 번역해 신문에 투고했던 ‘문학영재’의 삶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르지만, 거기서 그는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 덕에 ‘지하 서고’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창작에 몰두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가 사서를 그만 둔 이유는 아르헨티나에 군사 쿠테타가 일어난 때문이었다. 도밍고 페론이 1943년 쿠데타를 일으키고, 다음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국가사회주의를 주창한 이 새로운 지도자를 지식인들은 “반대일세!” 하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데, 그로 인한 역풍을 보르헤스가 맞은 것이다. 그는 1946년에 동물시장 가축 검사관으로 발령된다. 그는 사직한다.

다시한번 그가 도서관에 복귀한 것은 10여년 쯤 후. 페론이 쿠데타로 해외추방되고, 새 정권에 의해 이번에는 국립도서관장에 임명된 것이다. 이때 그는 시력을 거의 잃은 때였다. 그러니 80만권의 책의 ‘주인’이지만, 한 글자도 읽을 수 없게 된 것. 보르헤스는 이때 이렇게 썼단다.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빛이 있을 때, 우리는 볼 수 있다.

책의 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때의 글자들은 다시 빛이 된다.

그 빛들로 인하여 우리는 다시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성북미디어문화마루 안에는 별빛 도서관이 있다.



서울 성북구 안에 있는 여러 도서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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