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쑥국
여러분의 봄의 맛은 무엇인가요?
저는 쑥국입니다.
봄과 함께 봄의 맛이 찾아옵니다. 긴 겨울동안 언 땅에서 봄이 왔다고 '쑤~욱' 고개를 내밀고 나와 봄소식을 알려줍니다.
고향이 전남 함평이라, 쑥이 2월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엄마가 서울에 있는 용산청과물시장에다 쑥이랑 냉이, 시금치를 시골에서 모아서 팔러 다녔습니다.
따듯한 양지에 쑥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8, 9살 어린 아이가 쑥밭 언저리에 털석 앉아서, 조그만 칼로 캐면서, 다듬으면서 하다보면, 반나절은 되어야 한 소쿠리가 되었습니다. 한 소쿠리 한소쿠리 모아서 엄마한테 팔고 받은 돈은 그야말로 저만의 용돈이 되었습니다. 엄마한테 허락 받지 않고 써도 되는 돈~정말 크고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우리 자매들이 캔 쑥을 보고, "우리딸들은 참 깨끗이도 캔다. 다듬을 필요가 없어~" 하시면서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지천에 깔린 쑥을 캐서 돈도 받고, 칭찬도 받으니 어린 나에게는 참 재밌는 놀이였습니다.
그렇게 2월에 올라온 쑥으로 엄마는 쑥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전라도는 '따듯한 남쪽나라"라는 말처럼 봄이 일찍 옵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 이른 2월부터 손가락 두 마디 만큼 자란 어린 쑥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국을 끓일 수 있는 쑥은 어린 쑥이 제대로 향이 납니다. 쑥국으로 봄맛을 느끼고 어느 덧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에 잠겨봅니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 사는 저는 4월이 되어서야 쑥국을 맛 보았습니다. 3월 중순부터 쑥국을 먹고 싶어서, 재래시장에 가봐고 마트를 가봐도 제가 찾던 쑥은 없었습니다. 재배하지 않은 양지에서 자란 손가락 두마디 정도 자란 어린 쑥~~~
올 봄에는 못 먹고 넘어가나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모임에 갔다오다, 모란역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쑥 한바지에 5,000원에요. 사가세요. 내가 직접 캔거야. 다듬을 필요도 없어" 바로 내가 찾던 그 쑥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간절히 원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더니, 쑥을 찾아 헤매던 나에게 딱 나타난 것이다.
한 바가지를 사와서, 쑥국을 끓였다. 쑥은 정말 깨끗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냥 물에 먼지만 씻어내면 되었다. 멸치, 다시마, 건표고 넣고 끓인 육수에 된장 풀고, 쑥에 날콩가루와 들깨가루 조금 섞어서 끓였다.
한 그릇 퍼서, 한 수저 입에 넣으니, 입 속에서 쑥향이 확 느껴진다. 쑥향은 고향의 봄으로 이끈다. 정말 행복하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지. 새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다. '맛난 것, 추억의 맛을 먹고 느끼면 되지~별건가요?'
이번 봄에는 쑥국을 못먹고 넘어가나 했는데, 그 할머니덕분에 봄의 맛을 느끼고, 나의 추억과 함께 버물어서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여러분의 봄맛이 궁금합니다.
저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장금쌤 김정금입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함께 먹는 것은 더 좋아 합니다. 음식으로 소통하고 소통 가운데서 치유가 일어납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그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일이며,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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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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