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 현경쌤, 왈

추운 겨울 이야기

최현경 승인 2024.12.31 12:31 의견 0

새벽길을 나서며 예전에 엄마가 녹여준 신발을 신고 등교하던 기억이 문득 났다. 딱딱한 신발 밑창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것이 새로웠다. 조금만 추워도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가족들 손끝을 말릴 수는 없다. 얇은 히트텍을 껴입고도 춥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는 걸 보니 나이 든 꼰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긴 머리를 자르지 않고 마냥 기르고 있는 노년의 엄마 모습에 잔소리를 매일 하고 있다. 엄마는 추워서 나가기 싫어 그냥 기르겠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엄마는 예전의 깔끔한 모습이 기억이 안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기운이 없다고하지만 나는 엄마가 예쁜 할머니로 보이면 좋겠다. 나의 이기심에 오늘 아침에도 여지없이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사람은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후회와 반성을 가족을 통해 상처를 주고 받으며 느끼고 있다. 가장 사랑한다는 감정을 쏟아주어야 하는 대상임에도 왜 항상 인색한 스쿠르지가 되는 것 인지 모르겠다. 늙은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모진 말소리에 서로 상한 감정으로 손을 잡기 어색하다.

엄마 뿐 아니라 딸 아이에게도 인색한 것은 마찬가지 이다. 다만 엄마한테 보다는 덜 차가운 목소리가 되는 것을 느낀다. 내리사랑이라 성실하게 실천하는 나의 이기심에 꿀밤을 한 대 때려 본다. 아마 시간이 흘러 나의 딸이 엄마가 되면 오늘 내가 하고 있는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나 보다는 좀 더 현명한 어른으로 늙은 엄마에게 관대해지길 양심없이 바래본다.

새해가 다가온다. 몇 시간 남지 않아 엄마랑 같이 새해를 맞이할 기회가 마지막은 아닐거라 믿는다. 살아계실 때 잘 해야 한다는 교과서에 적힌 미사어구는 생활에서 자주 잊곤 한다. 나는 오늘 밤에도 엄마한테 투덜거리게 될 것같다. 아마 엄마는 오늘도 미운 머리를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나는 엄마의 예쁜 모습을 좀 더 보고 싶다.

누구나 내가 사랑하는 그 모습을 오래 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가 사랑하는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예의가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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