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년이 온다] / 창비출판

광주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동호와 정대는 공장에 있는 정대의 누나를 찾으러 누나가 일하는 공장을 찾아 나선다. 가는 도중, 정대가 옆구리에 총을 맞아 동호는 정대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동호는 정대의 놓친 손을 찾으러 다시 광장에 갔지만 정대는 없었고, 동호는 상무관에 가 시체의 성별을 분류하는 일을 하며 의무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시점에서 동호가 정대의 손을 놓치고 도망갔지만 다시 돌아가 정대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저 때의 동호라면 다시 동호를 찾으러 갔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처음부터 정대의 누나를 찾으러 가지 못 했을 것이다. 시위중인 학생들, 주위에는 힘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 공간에 단 1초라도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무작정 정대의 누나를 찾으러 가는 동호보다, 무서워 도망가려는 내가 더 어리게 생각 중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이렇게 어리고 책임감 없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조차 지금의 우리나라가 저 때의 일과 같은 일을 만들고 겪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이고 가득 차 넘치는 상태라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지만 나는 심각성을 몰랐다. 시민들에게 큰 일 없이 해지된 우리나라에 살고 있기에 내가 안일해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나라를 위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상태인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상무관에서 일하던 동호에게 6시까지 돌아오라고 한 어머님, 그러고는 알겠다 말했지만 군인들에 의해 숨이 멎게 된 동호 이 상황에서 나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은 또 '어머님이 동호를 끌고 나갔다면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동호가 어머님을 따라갔다면 최후를 조금은 더 비참하지 않게 보낼 수 없었을 것 같은데.' 라는 무책임하고 상황을 회피하려는 어린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번 더 깊게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놓치고 찾지도 못한 동호와 본인이 하고있는 일에 책임을 느끼는 동호에게 있어서는 그 곳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 하며 군인들에게 최후를 맞이한 상황이 오히려 덜 비참했을 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온다는 나같이 그 날의 아픔을, 희생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지금의 상황에 익숙해져 안일해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양소희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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