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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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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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감사의 달이라고 말한다. 감사할게 많은 한 달이다. 우주에서 내려온 선물, 어린이 날.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버이께 감사드리는 어버이 날. 가르치고 길러주신 스승의 날 까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문학에서 새로운 시작과 삶의 부활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냉정하고 잔인한 면도 갖고 있다고 표현되고 있어서라고 한다. 이는 봄이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죽음과 파괴의 면모도 함께 묘사되기 때문이라는 똑똑한 챗 GPT가 알려주었다.
잔인한 4월 마지막 날 30대 초반 청춘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 청춘을 낳은 부모에게도 가르치고 길러 준 은사에게도 함께 공부하고 싸우던 친구들에게 갑작스런 슬픔을 던져 주고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고이 접혀있는 사랑을 얼마나 꺼내어 상대에게 사랑의 표현을 보여주며 살고 있을까? 엄마는 자식의 영정 앞에 미안하다고 소리도 못내 울었다. 내 탓이라고, 엄마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자책과 분노로 소리쳤다.
엄마는 자식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최고의 학군에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밤낮으로 최선을 다했다. 기대에 못미치는 자식이 안타깝고 얄밉기도 하고 속상했다. 다른 아이들 제 앞가림할 때 깜깜하게 다가오는 시간에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이 미움도 엄마의 사랑이란 것을 자식은 알고 있었을 거다. 사랑하지 않는데 미워하지 않을 테니.
첫 휴가에 엄마 생신 미역국을 끓이려고 전화해서 조리법을 확인하던 쑥쓰러운 모습. 돈 벌면 엄마 건강 검진 해주겠다며 비용을 알아보던 순한 마음. 은퇴하면 골프치며 다른 아줌마들처럼 놀며 살 줄 알았던 엄마가 돈에 쪼들리는 모습을 보며 하늘에 욕을 하던 치기(稚氣).
우리는 언제 사랑의 주머니를 확 풀어볼까? 성적이 낮고 명문대 입학하지 못하고 대기업 취업못하고 연애도 못하면 부끄러운 자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상 그렇다 해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면서 마음에 흡족하지 못해 표현하지 않는 우리 마음은 언제 보여지는 걸까?
사랑하자. 사랑해 주자. 사랑을 마음껏 보여주자. 가 버린 자식 앞에서 자책과 분노로 사랑한다고 외치는 슬픈 울림을 듣게하지 말자. 오늘 앞에 앉은 내 자식에게 사랑의 표현을 후회없이 마음껏 보여주자. 그야말로 화수분 같은 부모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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