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령의 수리수리]8. <칭찬 한 봉지> 난 오늘도 졌다
'오늘도 난 졌다.' 그런데 기분은 굉장히 좋다
오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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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0 23:39 | 최종 수정 2024.03.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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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 말할 때 상대방의 트집만 잡고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하는 말마다 친구의 말을 잘라 흐름이 깨지기 일쑤일 때도 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조금씩 화가 나고 짜증이 생긴다. 또한 이를 통해 나쁜 별명들이 이곳 저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칭찬 한 봉지]의 주인공 마리처럼 말이다. 마리의 별명은 짹짹이 그리고 가위이다. 말이 많고 친구의 말을 가로채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이런 마리 반의 규칙으로 '한 봉지'란 약속이 있다. '한 봉지'는 잘한 일이 있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작은 간식을 준비해 반 친구들과 나누먹는 규칙이다. '한 봉지'를 준비하려면 가족들과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서 가족과 소통하게 된다. '한 봉지'를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는 선생님의 배려가 담긴 특별한 방법인 셈이다. 물론 마리도 '한 봉지' 단골 학생이다. 그 '한 봉지'에 담긴 뜻이 칭찬인지 벌인지는 아무리 어려도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아이들에게 소통과 공감 그리고 배려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움을 전해주는 책이다.
줄글이라 읽어 주기보단 아이들이 미리 읽어오고 읽었던 내용을 돌아가면서 전체 내용을 발표하게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와 결코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면 일부분씩 내용이 전달되어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주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리 수줍음이 많은 친구들이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표력이 향상 되는 걸 볼 수 있다. 이건 경험에서 체득된 사항으로 기다림만 가지고 있다면 몸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후 아이들에게 전체 통독으로 정리해주면 자연스럽게 토의가 이루어지고 각자의 경험이 담긴 내용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게 되는 재미난 요소가 있는 책이다.
물론 늘 그렇듯 아이들에겐 재미난 이야기이겠지만 아이들보다 조금 더 살아온 가르치는 입장에서 신경 쓸 일은 책을 통해 무언가 담아주고픈 마음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선생님 : 친구와 대화할 때 마리처럼 자기 말만 하지 않고 맞장구를 쳐주면 소통
하는데 왜 더 좋을까요?
리안 : 의견에 찬성해 주어서 좋아요. 그런데 너무 과하게 좋아하면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으니 살살해야 해요.
민하 : 듣기 좋아요. 재미나게 말이 술술 이어져요.
영은 : 다른 사람들이 내이야기를 즐겁게 신나게 들어 주어서 좋아요.
10살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과유불급' 과하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들이 흥이 차올랐을 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지켜야 할 나만의 규칙 5가지를 각자 정리해 보았다.
선생님 : 친구와 이야기할 때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은 무엇 무엇이 있을까요?
민하 : 상황에 따라 알맞게 좋은 말 하기. 표정으로 마음을 이해하기. 느낌으로도
좋은 시간 보내기. 좋은 시간 보내기 위해 '아, 그랬구나' 하며 여유시간 가지기.
몸짓으로 말하기
영은 : 친구 의견 끝나고 말하기. 책 속 친구처럼 침 튀지 않게 조심하기. 알맞은 말
하기. 친구 피해 주지 않기. 존중해 주기. 무시하지 않고 친구 말 생각해서
듣기. 나쁜 말 하지 않기.
리안 : 맞 장구 치기. 마음을 담아 이야기 하기. 친구를 똑바로 보고 말하기. 귀 기울
여 듣기. 감정에 맞게 행동하기
수업이 끝나면 항상 느끼는 감정이지만 '오늘도 난 졌다.' 그런데 기분은 굉장히 좋았다. 아이들이 늘 나에게 가르침을 주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 책이 참 좋다는 것을 책은 참 꾸준히 천천히 오래같이 있어야 하는 거라는 걸 3년 동안 매주 한 권의 책으로 만남을 가졌던 10살 친구들에게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책장만 펼쳤을 뿐인데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익히게 됨에 참으로 고맙고 더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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