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제공
봄이 오는 내색을 맘껏 뽐내는 꽃샘추위는 겨울 바람과는 다른 차가움을 갖는다. 추워서 움츠려지는 어깨는 아니지만 얼굴에 맞는 추움은 겨울의 차가움과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겨우내내 땅 속에 잠들었다가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 뱀의 모습처럼 다시 만나는 똑같은 봄을 반기게 된다.
지난 겨울은 두꺼운 옷 바늘땀 사이로 스미는 추위를 막기에는 바람이 세게 불었다. 뒤늦은 폭설에 눈은 호강했지만 반갑지 않았던 마음도 감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맞은 봄에 설레는 마음은 시작을 알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을 이루는 청춘남녀, 처음으로 집과 엄마품을 떠나 선생님을 만나는 아기학생,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입학하는 신입생, 졸업과 입학을 반복하는 학생, 학생의 신분을 졸업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청년. 봄은 설렘과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한다.
봄은 시작만을 알리지 않고 지속적인 부분도 안고 있다. 겨우내 말라있던 나무에 새순을 품어 내보이고 굳은 땅을 풀어 뿌리에 훈훈함을 전하기도 한다. 지난 해보다 좀 더 자라고 단단해진 것을 바탕으로 큰 것을 품으려는 욕심을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것과 더불어 익숙함을 더하여 '나다움'을 지켜내는 끈기를 말하고 싶다. 짧은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길게 지속적으로 꾸준함을 노력하는 모습을 값지게 인정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지켜봐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리라 믿는다. 이어지는 것이 많아짐에 우리는 볼 것과 할 것들의 풍요 속에 나눌 수 있는 만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봄나물이 풍성하지는 않지만 그 香이 진한 것은 짧은 봄을 좀 더 길게 느껴달라는 봄의 여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