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라는 유명한 소설을 니어낸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비행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그대로 녹여낸 인물 '나'와,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나가면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소년 어린 왕자의 대화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B612 행성.
그곳에는 활화산 둘, 사화산 하나, 큰 바오밥나무 그리고 바람에 날려 이곳까지 와 안착한 장미 한 송이가 있다. 이 중에서도 장미 한 송이는 어린 왕자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존재다. 까칠한 성격으로 이것저것 시키는 게 당연한 장미와 힘들어도 장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주는 어린 왕자의 관계는 그렇게 이어져왔다. 하지만 끝내 지쳐버린 소년에게 장미가 전한 것은 떠나라는 말 뿐이었다.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세 개의 가시가 있다며. 결국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긴 여정을 떠나는 어린 왕자. 각각 다른 인물이 사는 여섯 행성을 둘러보지만, 그들은 소년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구라는 행성을 알게 된 어린 왕자는 큰 기대는 품지 않은 채 어쩌면 마지막일 여정을 떠난다. 도착했을 때,
어린 왕자의 코에 진한 꽃 향기가 흘렀다. 그곳엔 소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던 장미 오천 송이가 활짝 만개해 있었다. 저마다의 빛을 내며 매우 아름다운 자태로.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 광경에 충격을 받거나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소년에게 있어서 장미 한 송이와 장미 오천 송이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어린 왕자에게 있어서 장미란, 소년의 행성 B612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세 개의 가시를 세운 한 송이의 장미 뿐이었다.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말했다. 넌 그 장미에게 길들여지고야 만 것이라고.
김춘수의 시 [꽃]에도 이와 비슷한 의미가 담긴 내용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머릿속에 박아넣고 새겨내서 영원토록 기억되고 기억하는 것이다. 끈적한 관계를 맺되 상대방을 소중히 아끼고 끔찍히 아까워하는 존재가 있다면 당신도 이미 길들여진 게 아닐까.
책 속 '나'가 처음 그렸던 매우 의미있는 그림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은 어른과 어린이의 다름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이다. '모자'라고 인식한 어른의 시선으로는 현실적 가치, 현실 직시를 상징하지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린 어린이의 시선으로는 이상적 가치, 꿈 속 세계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살아있는 동심 속 어린이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서 상처를 주고 현실을 깨닫게 하며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이 늘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약 어린 왕자가 노란 보아뱀에게 물리지 않아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소년 역시 다른 어린이처럼 낡고 닳아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아스라히 멀어지지 않을까. 창의적인 질문을 던져봐도 받아주는 이 하나 없고 들어주는 이 하나 없어 궁금증을 삭히기만 하며 끝끝내 자신만의 의문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리진 않았을까.
송서현 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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